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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한국어 학습자의 쓰기 오류, 왜 발생하는가?

📑 목차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의 쓰기 오류는 단순한 문법 실수가 아니라 언어 체계와 문화적 사고 차이에서 비롯된 학습의 흔적이다. 본 글에서는 쓰기 오류의 본질과 교육적 가치, 주요 발생 원인, 그리고 한국어 교사가 수업 설계에 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외국인 학국어 학습자의 쓰기 오류, 왜 발생하는가?
    쓰기 오류 발생

    1. 한국어 쓰기의 난점과 오류의 본질

    1.1 한국어 쓰기가 어려운 이유

    외국인 학습자에게 한국어는 말하기나 듣기보다 쓰기 영역에서 훨씬 더 높은 난이도를 요구하는 언어로 평가된다. 말하기나 듣기는 상대방의 반응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며 자연스럽게 의미를 조정할 수 있는 반면, 쓰기에서는 문법적 정확성, 어휘 선택의 적절성, 문체의 일관성, 그리고 문화적 맥락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한국어는 특히 주제 중심(topic-prominent) 언어라는 점에서 다른 언어와 구조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영어나 스페인어처럼 주어-동사-목적어(SVO) 구조를 가진 언어와 달리, 한국어는 문장에서 주제가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문법적 요소인 조사와 어미 변화를 통해 의미가 결정된다.


    예를 들어, ‘은/는’과 ‘이/가’의 선택, ‘-았/었-’과 ‘-겠-’ 등의 시제 표현, ‘-네요’, ‘-습니다’ 같은 종결어미 사용은 모두 문장의 뉘앙스와 관계 맥락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이러한 언어적 특징 때문에 외국인 학습자들은 단순한 어휘나 문법 오류를 넘어서 문장 구성 전체의 자연스러움이나 문화적 의미 전달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쓰기란 단순히 ‘문장을 만드는 행위’가 아니라, ‘언어와 사고를 연결하는 사고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1.2 언어 전이(transfer)와 간섭(interference)의 영향

    한국어 쓰기 오류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는 모국어 간섭(L1 interference)이다. 이는 학습자가 이미 익숙한 모국어의 사고 구조나 문법적 습관을 제2언어(L2)인 한국어에 그대로 적용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영어권 학습자는 주어를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한국어 문장에서 ‘나는, 나는’을 반복하거나, 중국어권 학습자는 조사의 개념이 없는 언어적 배경으로 인해 ‘조사 생략’이나 ‘조사 오용’ 오류를 자주 보인다. 스페인어나 프랑스어권 학습자 역시 시제나 성(gender) 중심의 언어 구조에 익숙하기 때문에 한국어의 어미 변화나 존댓말 표현을 일관성 있게 적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처럼 학습자의 모국어는 단순히 방해 요소가 아니라, 새로운 언어를 학습할 때 자연스럽게 작용하는 인지적 기반(cognitive base)이다. 즉, 오류는 ‘잘못된 표현’이 아니라 '기존 언어 체계와 새로운 언어 체계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학습의 흔적(trace)'이다.  따라서 교사는 이러한 오류를 ‘수정해야 할 문제’로만 보기보다, 학습자가 언어 간 차이를 인식하고 새로운 구조를 구축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1.3 오류의 교육적 의미와 교사의 역할

    한국어 교사에게 학습자의 쓰기 오류는 단순히 교정의 대상이 아니다. 오류는 학습자가 한국어의 언어적·문화적 규칙을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호이며, 이를 통해 교사는 학습자의 언어 발달 단계, 사고 패턴, 이해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습자가 “저는 어제 친구를 만난 후에 집에 갔어요”를 “저는 어제 친구 만나고 집 갔어요”라고 줄여 썼다면, 이는 오류가 아니라 구어체 표현과 문어체 구분의 미숙함에서 비롯된 발달적 특징이다. 이때 교사는 문법적으로 틀렸다고 단정 짓기보다, ‘상황에 따라 어떤 표현이 더 적절한가’를 안내함으로써 학습자의 언어적 선택 능력을 확장시킬 수 있다.

     

    즉, 오류는 단순히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 학습자의 언어 내적 체계(internal system)를 읽어내는 교육적 도구(educational tool)로 활용되어야 한다. 교사는 오류 분석을 통해 학습자의 언어습득 경로를 진단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피드백 및 수업 설계를 할 수 있다.

    1.4 오류를 통한 언어 성장의 가능성

    결국 한국어 쓰기에서의 오류는 부정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학습자가 새로운 언어의 사고 체계를 구축해가는 성장 과정의 증거이다.
    모국어 전이, 문화적 간섭, 문법적 불안정성은 모두 ‘한국어적 사고’를 내면화하기 위한 통과의례라고 할 수 있다.

     

    교사와 학습자 모두가 오류를 ‘틀림’이 아닌 ‘발달의 흔적’으로 바라볼 때, 한국어 쓰기 교육은 단순한 정답 중심 학습에서 벗어나
    사고 중심의 학습(learning through reflection)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 전환은 앞으로의 한국어 교육에서 ‘오류 기반 교수법(error-based pedagogy)’이 더욱 주목받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2. 오류의 교육적 가치와 학습 진단

    오류는 ‘잘못된 표현’이 아니라, 학습자의 언어 내적 체계(internal system)가 작동하는 방식을 드러내는 교육적 단서이다.  학습자가 반복적으로 같은 오류를 범한다면 이는 단순한 부주의가 아니라 개념적 혼동 또는 언어 체계 간 충돌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학습자가 “나는 어제 영화를 보는 있었어요”라고 쓴다면, 이는 시제 표현을 단순히 동사형태 변화로만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때 교사는 틀린 문장을 바로잡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왜 그렇게 썼는지, 어떤 사고 과정이 작용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따라서 “오류 기반 학습(Error-based Learning)”은 교사가 학습자의 오개념을 인식시키고, 올바른 개념으로 재구성하도록 유도하는 효과적인 접근이다. 이 과정은 진단 → 피드백 → 재작성(Loop)의 순환 구조를 만들어, 단순 교정이 아닌 의미 중심 통합 수업(meaning-focused instruction)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또한 교사는 오류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학습자 맞춤형 수업 설계가 가능하다. 예컨대 조사의 과잉 사용 비율, 어미 선택 오류 빈도, 문체 일관성 문제 등을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학습자의 수준에 맞춘 활동을 제시하면, 쓰기 수업이 보다 과학적이고 학습자 중심적으로 진화할 수 있다.


    3. 오류 분석의 학문적 접근과 시리즈 방향

    언어 오류 분석(Error Analysis)은 제2언어 습득(SLA) 연구의 핵심 영역으로, 학습자의 언어 체계 발달 단계를 드러낸다. 특히 한국어의 경우, 조사·어미·문장부호·담화 연결어 등 고유의 문법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오류의 양상도 다양하다.

     

    실제로 한국어 자동문법오류교정(Korean GEC) 연구에서는 14개의 주요 오류 유형이 제시되었고, 이들 대부분이 어미 결합 규칙·조사 기능·문체 혼용과 같은 문법적 복합 오류였다. 본 시리즈에서는 이러한 학문적 연구를 바탕으로, 외국인 학습자의 한국어 쓰기 오류 50가지 유형을 단계별로 분석한다.

     

      ● 2편: 문법 오류 유형 (시제, 피동, 사동 등)

      ● 3편: 조사·어미 및 문체 연결 오류

      ● 4편: 어휘 선택과 표현 오류

      ● 5편: 오류 피드백 및 교수 전략

     

    이 시리즈의 목적은 단순히 오류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류 분석 → 교수 전략 → 학습자 성취’의 일관된 구조로 한국어 쓰기 교육의 질적 심화를 목표로 한다. 즉, 오류를 단순한 ‘틀림’이 아닌, 학습자의 언어 성장의 흔적으로 재조명한다.


    4. 외국인 쓰기 오류의 발생 원인과 교육적 함의

    외국인 학습자의 한국어 쓰기 오류는 언어적·인지적·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1. 모국어 간섭(L1 interference) — 학습자의 모국어 문법과 사고체계가 그대로 전이되어 발생.
      2. 입·출력 기회 부족(Insufficient input/output) — 쓰기 활동의 절대량 부족으로 인해 오류가 고착화.
      3. 문화적·담화적 차이(Cultural & discourse difference) — 맥락 중심적 언어 구조(은/는, 이/가 등)에 대한 이해 부족.

     

    초급 학습자는 조사의 생략·중복 오류가 많고, 중급 이상 학습자는 문체 일관성이나 담화 연결 표현에서 오류가 두드러진다. 따라서 교사는 학습자의 수준(Level-appropriate patterns)을 진단해 단계별 전략을 세워야 한다.

     

    예컨대 초급반에는 조사의 의미 구별 중심, 중급반에는 문체 일관성 유지 중심, 고급반에는 논리적 문단 구성 중심 피드백이 필요하다. 이처럼 체계적 접근이 이루어질 때 오류는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 언어적 사고력 확장의 촉매로 작용한다.


    5. 오류를 넘어, 학습 설계로

    이 시리즈의 출발점은 “오류는 잘못이 아니라 가능성이다.”라는 인식이다. 학습자에게 오류는 자신의 사고방식과 언어체계가 충돌하면서 나타나는 자기 언어화 과정의 증거이다. 교사는 이를 통해 학습자의 인지 구조를 읽고, 수업을 개선할 수 있다.

     

    앞으로의 시리즈에서는 실제 학습자의 오류 예시와 함께, 교사가 즉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피드백 전략, 활동 설계, 사례 기반 교정법을 제시한다. 오류는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더 깊은 이해와 더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다.


    한국어 교육의 본질은 완벽한 문장을 만드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스스로의 오류를 통해 ‘의미 있는 문장을 창조할 수 있게’ 돕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