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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한국어 학습자의쓰기 오류 중에서 조사, 어미 및 문체 연결 오류 - 형태와 담화의 충돌

📑 목차

     외국인 한국어 학습자의 쓰기 오류 중에서도 가장 빈번하고 복합적인 유형은 바로 조사와 어미의 사용 오류, 그리고 문체의 일관성 붕괴이다. 이러한 오류는 단순한 문법 지식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담화적 기능(discourse function) 과 사회언어학적 규범(sociolinguistic norm) 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다.

     

    본 글에서는 한국어 쓰기에서 학습자가 자주 범하는 조사 오류, 어미 선택 오류, 문체 혼용 오류의 구체적 양상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사가 수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적 접근법을 제시한다.

    쓰기 오류중 조사 어미 및 문체 연결 오류

    1. 조사 오류의 본질과 유형

    1.1 조사 체계의 복잡성과 외국인 학습자의 혼란

    조사는 한국어 문법에서 문장 구성의 핵심이지만, 외국인 학습자에게는 가장 혼란스러운 요소 중 하나이다.  이는 대부분의 언어에서 조사가 문법적 형태로 존재하지 않거나, 단어 순서(SVO)에 의해 문법 관계가 표현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영어: I like coffee. → (주어-동사-목적어 구조로 관계 표현)
    한국어: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 → 조사 ‘-는’, ‘-를’을 통해 관계 명시

     

    이처럼 한국어의 조사 체계는 형태적 마커(morphological marker) 를 통해 의미를 전달한다.  하지만 학습자는 이 형태적 구분을 익히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다음과 같은 대표적 오류를 보인다.

    1.2 조사 오류의 대표 사례

    ☞ 조사 생략(omission)

    저는 친구 만나러 갔어요 → 저는 친구를 만나러 갔어요

     

    조사의 기능이 모국어에는 없거나 약한 언어권(중국어, 베트남어 등) 학습자에게 자주 발생한다. 이 경우 교사는 ‘조사가 빠지면 의미가 달라진다’는 점을 인식시키는 의미 기반 지도가 필요하다.

     

    ☞ 조사 중복(overuse)

    나는 학교에에서 공부해요 → 나는 학교에서 공부해요

     

    모국어 간섭으로 인해 위치·방향 조사(에/에서, 으로 등)를 혼용하는 경우이다.  이는 문법 지식 부족보다 맥락 기능 이해의 부재로 발생한다.

     

    ☞ 조사 혼용(substitution)

    서울은 좋아요 → 서울이 좋아요
    (주제표지 ‘은/는’과 주격조사 ‘이/가’의 구분 오류)

     

    이 오류는 담화 주제(topic)문장 초점(focus) 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결과로 나타난다.  즉, 조사 오류는 단순한 문법 문제가 아니라, 의미·담화·문화적 인식의 결합체이다.

    1.3 교육적 시사점 — 형태보다 기능 중심으로

    조사 교육은 ‘맞는 형태’를 암기시키는 것이 아니라, ‘조사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가’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 교사는 학습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이 문장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이 조사로 인해 문장의 의미가 어떻게 달라질까요?”

     

    이러한 의미 탐색형 피드백(meaning-discovery feedback) 은 학습자가 조사 사용을 단순한 문법 규칙이 아니라 의미 조절 도구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2. 어미 사용 오류와 담화 연결의 문제

    2.1 종결어미의 문체 혼용 오류

    외국인 학습자 글쓰기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오류 중 하나가 문체의 불일치이다.  특히 ‘-습니다’(격식체)와 ‘-어요’(비격식체)의 혼용은 담화 상황 인식 부족을 반영한다.

     

    예시:

    “저는 어제 영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친구랑 이야기했어요.”

     

    이 문장은 문법적으로 틀리지 않지만, 문체가 혼용되어 공식적 글쓰기에서는 부자연스럽게 보인다.  이는 학습자가 문체의 사회적 기능—즉, 화자·청자 관계, 상황 맥락에 따른 언어 선택 능력—을 충분히 내면화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2.2 연결어미의 논리적 불일치

    연결어미는 문장의 논리적 흐름을 구성하는 핵심이다. 그러나 외국인 학습자는 원인·조건·대조 등의 관계를 구분하지 못해 비논리적 문장을 자주 생성한다.

     

    예를 들어:

    “돈이 없어서 여행을 갔어요.” (→ ‘돈이 없지만’이 적절)
    “공부하니까 피곤해요.” (→ ‘공부해서 피곤해요’로 수정)

     

    이러한 오류는 단순히 문법적 선택의 문제를 넘어, 사건 간 인과 관계에 대한 언어적 개념화 실패로 볼 수 있다.

    2.3 문체 선택과 사회언어학적 감수성

    문체 선택은 단순히 형식적 규칙이 아니라, 사회적 관계(social relation)정체성 표현(identity expression) 의 수단이다.

     

    예컨대,

      ● 학술 글쓰기: ‘-다’, ‘-는다’

      ● 블로그나 자기소개 글: ‘-어요/아요’

      ● 공식 보고서: ‘-습니다/ㅂ니다’

     

    교사는 문체 교육을 단순한 문법 교정으로 다루지 말고, ‘언어 사용의 사회적 규범’을 학습자에게 체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습자는 문법적 정확성과 더불어 언어 사회화 능력(language socialization) 을 함양할 수 있다.


    3. 오류 분석과 수업 설계

    3.1 조사·어미 오류 진단을 통한 맞춤형 피드백

    조사·어미 오류는 개별 문장보다 글 전체의 담화 구조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 교사는 학습자의 글을 ‘조사 생략률’, ‘어미 일관성’, ‘담화 논리 흐름’ 등의 지표로 분석하여 피드백을 설계할 수 있다.

     

    예시 피드백 구조:

      ● 진단 단계: 반복 오류 유형 파악

      ● 분석 단계: 오류 원인(모국어 전이/문체 혼용/논리 불일치 등) 규명

      ● 교수 단계: 예문 비교, 재작성 활동, 의미 변환 과제 제시

     

    이러한 순환 구조는 오류를 단순히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언어 구조와 의미 관계를 재조직하도록 유도한다.

    3.2 의미 중심 교수법의 적용

    조사·어미 오류는 암기식 규칙 교육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교사는 문법 규칙을 실제 문맥과 결합해 의미 중심 활동(meaning-focused tasks) 으로 설계해야 한다.

     

    예시 활동:

      ● 잘못된 문장에서 조사만 바꿔 의미 비교하기

      ● ‘-서’ vs ‘-니까’ 상황 구별 토론

      ● 동일 내용의 문장을 격식체와 비격식체로 다시 써보기

     

    이런 활동은 학습자에게 문법이 곧 ‘의미 표현의 도구’임을 인식시킨다.


    4. 오류를 통한 언어 의식의 성장

    조사·어미 및 문체 오류는 단순히 “잘못된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자의 언어 체계가 재구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발달 지표이다.  특히 외국인 학습자의 한국어 쓰기 능력은 문법적 정확성뿐 아니라, 언어 구조를 스스로 탐색하고 내면화하는 언어 인식 능력(metalinguistic awareness) 의 수준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언어 내면화(linguistic internalization)는 학습자가 외부의 규칙을 단순히 암기하는 단계를 넘어, 자신의 언어적 경험 속에서 규칙을 재구성(reconstruction) 하고 자기화(personalization) 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즉, 학습자가 “왜 이 문장에서 ‘-이/가’가 아니라 ‘-은/는’이 쓰이는지”, “왜 ‘-서’와 ‘-니까’가 의미상 다르게 느껴지는지”를 의식적으로 성찰하는 순간, 그의 언어는 더 이상 외적 지식이 아니라 내면화된 사고 도구로 전환된다.

     

    교사는 이러한 내면화의 과정을 촉진하기 위해 단순 교정 중심 피드백보다는 사고 추적형 피드백(thinking-trace feedback) 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학습자가 쓴 문장에서 조사가 잘못 사용되었다면,

    “이 문장에서 무엇을 강조하고 싶었나요?”
    “왜 이 조사를 선택했나요?”

     

    와 같은 질문을 통해 학습자의 언어 선택 동기를 탐색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는 자신의 언어 판단 기준을 점검하며, 규칙보다 의미와 기능 중심의 언어 감각을 스스로 확립하게 된다. 또한 오류 분석은 교사에게도 중요한 교육적 자산이 된다.

     

    학습자의 오류는 ‘부정확한 산출물’이 아니라, 그가 어떤 언어적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고의 흔적이다. 교사가 오류를 정답과 오답의 이분법으로 접근하는 순간, 언어 학습은 창의적 탐구가 아닌 단순 암기로 축소된다. 반면, 오류를 언어적 추론의 결과물로 인식하고 이를 수업의 탐구 자료로 활용한다면, 학습자는 자기 언어 체계를 확장하며, 교사 또한 학습자의 언어 발달 과정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다.

     

    결국 조사·어미·문체와 같은 형태적 오류는 ‘틀림’이 아니라 언어 인식의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환점(transition point) 이다. 오류를 통해 학습자는 자신의 모국어 사고 체계와 한국어의 논리를 비교하며, ‘의미가 언어 형태를 어떻게 결정하는가’를 스스로 깨닫게 된다. 이러한 성찰적 경험은 학습자에게 언어의 형식(form)의미(meaning) 를 통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며,
    결국에는 정확성뿐 아니라 표현의 깊이와 유연성까지 발전시키는 토대가 된다.

     

    요컨대, 오류는 학습자의 부족함이 아니라, 언어적 자각이 발달하는 순간적 단서이자, 언어 학습이 ‘외적 지식의 습득’에서 ‘내적 인식의 전환’으로 나아가는 핵심적인 성장 신호라 할 수 있다.


    5. 시리즈 방향 및 다음 예고

    이번 3편에서는 외국인 학습자의 한국어 쓰기에서 가장 흔한 조사·어미·문체 오류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다음 4편에서는 한층 심화된 주제인 어휘 선택 및 표현 오류 — 의미 확장과 문화적 맥락의 충돌 을 다룬다. 특히 동의어 혼용, 어휘의 뉘앙스 차이, 관용적 표현의 오용 등 어휘적 층위에서의 오류를 중심으로 언어적 정확성과 표현의 자연스러움을 향상시키는 교육 전략을 제시할 예정이다.